소울메이트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는 제각기 자신들만의 느낌과 경험을 토대로 이미지를 구축 할 것이다.
첫눈에 반한 사람부터 시작해서, 취미가 같은 사람, 성향이나 생각이 같은 사람, 등등...그럼 여기서 내가 경험한 개인적인 소울메이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 한다.
by Piter Van
처음에 그녀를 만났을 때는, 이성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구나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인상 좋은 호감 형이었고, 서로가 각자 일하는 분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지만, 근본적으로 뭔가 비슷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따름이었다.
재미있었던 현상은, 그 당시 나는 처음으로 미투 데이라는 것을 가입하자마자, 관심 있는 키워드를 검색하여 한명의 여자가 나왔는데, 그냥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고, 그 이후로 미투데이가 미숙하여 다시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에겐 단 한명의 친구만 등록되어있는 상태였는데, 그 조차도 까먹고 있었다. 헌데, 만나서 소개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예전에 어디서 들어본 듯 한 느낌이 들면서, 처음 만나는 이 여자가, 예전에 유일하게 등록된 미투데이의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고로 그녀는 당시 온라인으로 자신만의 영역에서 유명세와 두각을 나타낸 친구 이길래, 그 여자에게선 난 수많은 친구들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처음만난 그날 내가 하는 직업과 관련된 사람을 2일 동안 세 명이나 새롭게 알게 되었다면서 이 사실에 대해서 신기 해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는 서로 연인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에게 그다지 크게 이성적인 호기심 보다, 단지 그냥 새로운 인연이라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친구의 소개로 어느 송년회 모임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12월 31일 인데, 서로에게 연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같이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 그녀의 남자친구는 가족들과 여행 중이었고, 나의 여자친구는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되어 평소에 송년모임을 잘 챙기지 않던 내가 이날을 이상하게 즐겁고 가득한 송년모임을 지내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고 나서, 왠지 그녀와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딱히 무엇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이나 계획은 없었다. 어떤 목적도 없었다. 그냥 대화를 한번 해봐야 할 것 같다는 느낌만 들었다. 그 당시 나는 바쁜 일정에 약속을 잡으면 기본적으로 2주후에야 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일찍 봐야할 것 같아서, 1주일 이내로 약속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일정도 있었기에 쉽게 맞춰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레 날짜를 뒤로 늦추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먼저 바로 다음날의 시간을 제시한 것이다. 그것도 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에 빈 시간을 그녀가 먼저 이야기했다. 신기하게도 난 그 다음날 일정 중에 빈 시간이 있었던 것을 그제야 발견했다. 흔쾌히 승낙하고, 다음날 2시간 남짓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서로에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그 당시 나는 나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이성을 만나길 원했지만, 우리 아버지께서는 네 나이 또래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자는 없다고 하여, 장차 할머니랑 결혼하게 될 것이라 하였다...; 그래서 나도 크게 기대하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이성을 만나고자 했었다. 헌데, 할머니가 아닌 젊은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와 생각을 이해하고 나의 감각과 체험까지도 공유됨을 느꼈다. 그리고 갑자기 이런 여자와 결혼하여 아기가 태어나면 정말 좋겠다는 생뚱맞은 생각이 떠오른 것은 또 무슨 조화인가...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서 스스로에게 더욱이 놀랐었다. 하지만 이 때 까지만 해도, 서로의 연인이 있었기에, 난 단지 희망을 얻은 것으로 만족했다. 그 희망이라는 것은, 이런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분명히 지구상 어딘 가 에도 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순간 나는 결심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먼 훗날에 이런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것을...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몇일 후, 나는 당시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에게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희귀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둘 사이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고, 크게 싸운 일도 없었다. 단지 마지막으로 만난 날 이상하게 뭔가 분위기가 서로 불편하고 어색하고 서먹서먹했던 것만 기억난다. 하지만, 뭔가 분명한 이유도 없었다. 갑작스런 일에 황당하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차였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쉽게 하기도 어려웠다. 더군다나 이런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는 것은 더더욱이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어서 이야기를 안 하고 있었다. 그러다 다음날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는 내용이었다. 몇 일 전만해도 신나게 이야기를 했던 그녀가 갑자기 왜 가슴이 찢어진다는 것인지 물어보니, 남자친구에게서 헤어지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몇 일 사이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러면서 우리는 예전보다 더 자주 연락하게 되었다. (서로가 헤어지고 나서 서로의 상대방 연인들에게 연락이 왔었다. 내 옛 연인의 경우에는 자기가 그때 왜 그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힘든 상황이고 한 번 만나자는 연락이었다. 그런 전화가 왔을 당시 난 소울메이트와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확고한 마음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연인사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서로가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이야기 이면의 많은 부분을 서로 알아채고, 느끼고 이해하고, 이해받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by Rovert Doisneau
나는 그녀를 점점 더 알게 될수록, 더 이상 다른 이성을 찾을 필요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줘도 좋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흔히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준다는 것을 아름다운 희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희생으로 인해서 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위해서 모든 것을 주는, 그 자체가 행복인 것이었다. 더군다나 나의 생각 이면에 체험마저도 서로에게 공유되는 존재라는 점에서 내가 죽어도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매순간 함께하면서, 말하기 이전에 서로의 마음과 생각이 똑같다는 것을 알아채면서, 우리는 이야기하기 전의 순간을 누리며 그것 자체만으로 즐겁고 행복해했다.
이것이 내가 소울메이트에 대한 경험의 일부이다. 소소하게 신기한 일들을 다 기록하기엔, 이 공간이 벅찰 것 같아서, 초반부만 기록해 보았다.
여기서 나는 소울메이트에 대한 핵심을 이렇게 본다.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되 희생이 아닌 그 자체가 행복일 수 있는 사람.
서로가 서로에게 말하기 전의 순간을 알아차리고 공감하고 공유가 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주변 현실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만남을 도와주게 되는 사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상대방의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사람.
이 외에 여러분들만의 소울메이트에 대한 신호나 체험 느낌들의 표식이 있을 것이다.
우리 한번 그것을 향해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