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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안녕하세요, 시저 J 입니다 지난 금요일 13일, 에르메스님과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있었던 일에 대해 기록한 글입니다. 편의상 본문은 경어를 생략했습니다. 조금도 더하거나 빼지 않은 그대로의 상황을 작성했습니다. 이 글을 3인칭 시점 필드레포트 혹은 관찰기라고 생각하셔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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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밤의 퇴근시간. 지하철 안은 한주동안의 피로로 지친 사람들로 북적인다. 에르메스님과 나는 문가쪽에 서서 대화를 나눴다. 키 차이 때문에 고개를 들고 대화하게 된다. 좀 슬프다. 이너 게임에 대한 이야기, 그루밍을 통한 어트렉션 강화에 대한 이야기. 집중해서 경청하던 중에 저 너머의 누군가를 가IMFGLC 강사는 에르메스님.
"저 여자 괜찮지 않니?"
키가 작아서 안 보인다. 근데 그냥 괜찮다고 했다. 많이 슬프다. 음. 고개를 기웃거리며 에르메스님이 가리킨 여성분을 확인했다. 눈에 띄는 붉은색의 머리는 드러나있는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다.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큼직한 타투. 진한 화장, 날 선 눈매. 그녀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에르메스님의 여자친구분하고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에르메스님의 여성 취향을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예, 정말 괜찮은데요?" "이따가 어프로치 해볼까? 번호 따볼게." "???"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녀와 우리 사이는 많은 승객들이 빽빽히 메우고 있었다.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내려야 할 역이 몇 정거장 남지도 않았다.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그 뿐이랴, 그녀는 굳이 몸짓 언어를 해독할 필요도 없는 강렬한 메세지를 온몸으로 내뿜고 있었다. '오늘 몹시 짜증나'. 에르메스님은 쉽지는 않을것 같다고 말한다. 아니, 불가능한게 아닐까. 나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지하철도 어색하게 달린다. 그러다 환승역에 도착했다. 웃기는 일이 일어났다. 환승역에서 출입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것이다. 붉은머리 그녀는 그 자리 그대로였다. 에르메스님이 어떻게 하려나 돌아보는 동시에 그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대화 내용을 듣고 싶었지만 어느정도 가까히 가는 정도로는 들리지 않았다. 에르메스님과 붉은머리의 표정이나 몸짓에 집중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듣는것은 포기했다. 처음에는 무관심한 듯 했다. 그러다가 조금 웃고. 그러다가 많이 웃고. 지켜보는 내가 괜히 긴장이 된다. 둘의 대화를 지나치게 집중해서 관찰하는듯 해서 무안해지기도 한다. 내려야 할 역이 다가오지만 대화는 계속된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다. 대화는 계속된다. 결국 한 정거장 더 간 곳에서 내렸다. 내리는 그의 손에 왠 종이조각이 들려있었다. 핸드폰을 오늘 개통해서 번호를 적어왔다고 했다. 웃기는 일이 한번 더 일어났다. 우리가 내린 지하철의 문이 닫히자마자 그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뭐라고 오픈하셨어요? 어떻게 하신거에요?" |
대답을 듣는다고 내가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오늘은 참 신기한 구경을 했구나. 진짜 신기한 구경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는걸 몰랐었다. 되돌아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앞에 같은 차를 기다리는 여성분이 서있었다. 그가 나를 보며 내 차례라고 말하는 듯 한 눈빛을 보낸다. 어떤 변명을 해야 이 상황을 넘어갈까.
"저, 저는 그냥 따로 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따로 연습을 하지 않을거란 걸 알지만 지금 이 순간만 모면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기다리던 지하철이 곧 도착했고 연두색 치마를 입었던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연두색 치마 옆에 에르메스님, 그 옆에 내가 서 있게 되었다. 그가 다시 한번 나에게 제안한다.
"야, 여기서 어프로치 하고 안 되도 다음 역에서 내리면 되잖아."
용기가 안 났다. 해병대에 다녀오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이런 종류의 용기에는 도움이 안 되는것 같다. 내가 주저하자 그는 더 이상 무리한 제안을 하지 않기로 한 것 같았다. 자기가 직접 말을 걸었으니까. 이번에는 둘의 대화를 어느정도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하는걸 들었던 것 같았다. 방금 전보다 시간도 더 짧았는데 번호를 얻는건 어렵지 않아보였다. 나에게는 한없이 어려운 일인데 이게 어떻게 된거지? 어릴때 마술을 처음 본 놀라움, 그런 정도의 놀라움에 휩싸였다. 서울대입구역에 내려서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는 헤어지기 전에 지금 일어난 일을 글로 써보라고 했다. 에르메스님과 헤어져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지하철에서 본 장면들이 머릿속을 맴 돌았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겠다고 생각했다. 금요일 밤의 공기는 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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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시저 J 였습니다. 이 글은 사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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