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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5 06:49

몇 가지 이야기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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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났습니다!”

 

칼레의 시장 유스타슈 드 생 피에르는 시민들이 모인 마을광장의 중간에서 목청껏 소리쳤다.

그의 뒤에는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표정을 짓고 있는 영국군 장교 B가 서 있었다.

 

“방금 우리의 항복의사를 영국의 에드워드 3세에게 전했고 그는 한가지 조건을 내걸고

칼레의 모든 시민들의 생명을 보장했습니다.”

 

여기저기서 탄식과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고 어떤 이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기도 했다.

살았다는 생각만으로도 피로와 긴장은 사라졌고 승리자의 폭정에 대한 근심은

당장 피비린내나는 전장에서 벗어난다는 현실에 밀려 잊혀졌다.

 

하지만 몇몇의 사람들은 에드워드 3세가 내걸었다는 그 조건을 잊지 않았다.

‘바게뜨’라 불리는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법률가 장 데르가 그 점을 잊지 않고 지적했다.

 

“피에르 시장님. 에드워드 3세가 내걸었다는 조건은 무엇입니까?”

 

그제야 조건의 무서움을 다시 떠올린 -‘저 하늘의 별을 따온다면’ 당신을 사랑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시민들은 다시 술렁이며 광장안의 모든 시선은 다시 피에르에게 모였다.

 

“그는 내일 정오를 넘기기전까지 칼레의 시민 중 6명이 목에 밧줄을 걸고 자신들의 진영으로 온다면

다른 어떤 칼레시민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 공증인으로 여기 영국군 장교 B께서 오셨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모든 시민들을 광장으로 부른 것입니다.”

 

잠시간의 침묵후에 다시 술렁임이 시작됐다. 목에 밧줄을 걸고 적의 진영으로 간다는 것은 곧 내년부터

자신에게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이기에 -고인이 되신 너희 아버지가 어렸을 때는

고블린이 말 안듣는 어린이들을 잡아갔단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은 자신의 목에 밧줄을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곧이어 서로에게 눈을 마주치지 않게 되고 땅에 돈이라도 떨어진 양

경쟁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그 때 뒤에 서 있던 영국군 장교 B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여섯 명은 자원으로만 뽑겠다. 기사 중의 기사이신 흑태자 에드워드3세 전하께서는

감히 자신에게 칼을 든 적에 대해서도 관용을 베푸셨다. 훌륭하게 싸운 적을 칭송하는 의미에서

네놈들의 항복을 받아들이시고 작은 징계만을 하기로 하신 것이다. 전하의 관용에 너희는 무엇으로 답할 것인가?

자, 너희가 자란 칼레의 시민들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6명은 앞으로 나와라.

한 명이라도 모자란다면 오늘 저녁이 모든 시민들에게 최후의 만찬이 될 것이다.”

 

애초에 흑태자 에드워드3세의 의도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힘껏 싸웠던 자들에게 대해 장수로써 예를 갖추고

항복 후 전후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대표자 6명을 초청하는 것이었지만 호랑이의 권위를 빌린 여우는 빌린 권위를

마음껏 사용하기로 했다. 대표자 6명이 나오라는 태자의 말은 B를 거쳐 6명의 사형자원자 구인광고로 변했다.

 

할 말을 다 한 뒤 교활한 승리자의 웃음을 띤 채 다시 피에르의 뒤로 가서 팔짱을 끼고 광장 아래를 훑어보던

B는 자신의 늠름한 모습에 반한 여인이 있다면 관대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광장의 시민들이 필사적으로 B와 피에르의 시선을 피하고 있을 때 피에르가 단상의 앞으로 나오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칼레의 시장입니다. 시장은 이제까지 칼레의 첫 번째의 시민이었으며 내일 아침 역시 그럴 것입니다.”

 

하이라이트를 받는 무대의 주인공처럼 피에르에게 모든 시선이 꽂혔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가진 안도의 시선과

몇몇이 보내는 애도의 시선, 그리고 비웃음을 포함한 B의 시선을 포함한 모든 시선들이 꽃혔다.

비웃음을 담대한 표정의 가면으로 덮어씌운 채 B는 말했다.

 

“제법 훌륭한 시장을 뒀군 그래, 그럼 다음 차례는 누군가?”

 

‘없나? 그렇다면 전원 몰살! 다음은 시장 비서관이 어떤가?

거기 잘 깝치게 생긴 자네, 한 번 깝쳐보지 않겠나?

아무도 없다면 나와 눈이 마주친 자들을 하나하나 뽑아가지.’

 

여러 가지 대사 중 어떤 것이 자신의 권위를 높여줄까 하던 B의 대사선택은 금방 깨졌다.

 

“두 번째 시민이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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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칼레의 시민'입니다.

 

진실에서 각색된 희곡의 제 맛은 반전이지만 제가 쓰고자 하는 글의 제 맛은 풍자랄까요.

 

문제는 글솜씨가 형편없다는 것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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