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지하철에서 무척이나 의미있는 시를 본적이 있다.
- 옷걸이 -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하였습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잠시 씌어진 옷에 도취되어 마음껏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까
하루아침에 그 옷이 벗겨지자 그야말로 별볼일 없는 사람이 되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까
내가 조직생활에서 답답함과 회의를 느끼던 그 시점에서 너무 좋은 시였다.
조직에서는 과장이니 부장이니, 또 상무니 전무니 그럴싸하게 이름을 붙여서 서로 위계질서를 만들고
지배와 피지배가 형성된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정작 회사의 진정한 주인들은 이런 조직의 울타리 밖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월급쟁이들이 자기들끼리 힘과 권한을 정하고 휘두르며 도취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임원은 꿈과 같다. 연봉 1억도 꿈과 같다. 특히 젊은 나이에는 더 힘들다.
하지만 그걸 아는가? 임원도 연봉 1억도 쉬운 길이 아니지만
임원의 지위, 연소득 1억도 알고보면 별거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임원도 이름만 그럴듯할 뿐 실제로는 단기 계약직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면 월급쟁이들은 조직이란 울타리 안에 시야가 한정되어버린 나머지
우물안에서 왕을 만들고 신하를 만들며 노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우물 안에 따뜻하고 시원하고 자기들끼리 재밌게 사는 세상이라면
또 나름 자기들끼리 재밌게 해나가면서 사는 그런 곳이라면 계속 살아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 우물이 너무 힘들고 괴롭다면,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세상은 넓고, 다른 우물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