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홈런기를 올렸는데...
다시 이번 필레를 올리면서 느끼는 게 있다.
아 그리고 이번에는 말을 놓을 것이다.
읽기 싫으신 분들께서는 조용히 뒤로 가기를...
자랑거리가 아니지 않은가..
시작.
"쳐질 홈런은 어떡게 해서든지 그냥 처지게 된다"
참...아무것도 안하고 홈련? 아니지아니지..아무것도 안하지는 않았지.
내가 한건 딱 하나.
전혀 관심갖지 않았던 점이 나의 가치를 높혀줄 줄이야..
이것이 흔히 말하는..'이너게임' 이라는 건가?
2월 29일. 4년에 한번 오는 2월 29일이다.
친구놈에게 전화가 온다.
나: 여보세요.
친구: 어디냐?
나: 퇴근중이다.
친구: 한잔사든가?
나: 미쳤냐? 니가 살 차례다.
친구: 제부도 가서 조개좀 먹자.
나: 훌륭한 생각이다.
집에도 들르지 않은 채 내가 잡고 있는 핸들은 친구의 집으로 차머리를 향했다.
내 친한 친구. 잠시 소개하자면.
내 친구는 전형적인 내츄럴이다.
여자를 좋아하되, 구애하지 않는다.
여자를 잘 알되, 아는 척 하지 않고,
원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는 그 스스로가 여자가 된다.
여자와의 잠자리를 원하되, 원하지 않는다.
여자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휴일 전이라서 제부도에 사람 많을 것이라는 우리의 예측은 빗나갔다.
제부도 몇번 와봤지만, 이처럼 한산한 때가 없었다.
좋았다. 둘이서 사실 딱히 할 말도 없다.
그냥 소주 두병 시키고, 조개 시켜서 구워먹으면서
서로 술을 따라주지도 않으며, 먹을 만큼 각자 먹고..
그게 그녀석과 만나면 우리 술자리의 스타일이다.
조개구이집에 우리 둘 밖에 없으니,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파도소리가 참 잘 어우러져
나름 무드가 있었다.
바다는 어두웠지만 포근한 파도소리 안에 우리는 존재했고,
추웠지만 따뜻함 속에서 그 녀석과 나는 존재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할 것이 없었다고 느꼈다.
2set이 들어온다.
우리와 눈이 마주친다.
그들도 참 민망했을 것이다.
우리와 같은 이유로 온듯.
그러나 우리처럼 그들의 예측도 빗나갔고,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친구녀석이 그들을 쳐다본다.
난 사실 놀기도 싫었다.
자글자글 조개가 익어가면 소주 한잔에 파도소리를 들으며,
조개를 굽고 조개를 먹고 싱싱함과 따뜻함 어두움 밝음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공존함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내 친구녀석은 그게 아니었으리라.
친구녀석은 결코 내게 '다녀오마' 이런 말 조차 하지 않고
그들과 아이컨텍을 시도하며, 타이밍을 보고 있다.
조개구이 집에서의 합석이라..
근처에 호프집도 없다. 여기는 온통 조개구이 집 뿐이기 때문이다.
어느새인가.
친구녀석은 어프로치를 갔고, 나의 의사 조차 묻지 않고
자리를 마련했다.
뭐라고 했을까? 궁금하지도 않았다. 난 원하지 않았으니.
새벽 6시가 조금넘어 집을 나와 출근을해서, 퇴근하고 제부도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그랬다.
난 너무 피곤했다.
사실 제부도의 조개구이 집에서 합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참..
그런데 말이다...조개구이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그게 된다.
ㅋㅋㅋ 참...사장님이 서비스를 많이 주신다.
간단한 인사를 한다.
사실, 내가 말을 별로 하지 않은 이유?? 어쩌면, 할 필요가 없었는지 모른다.
내 친구녀석이 있으니까. 그녀석은 HB 둘 정도는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혀와 외모를 지녔고, 나는 그를 믿기 때문이다.
아니, 믿는다? 무엇을 위해? 난 지금 그녀석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건 분명했다. F 도 아니고 K 도 아니었다.
나는 팀킬을 하지 말아야 했다.
팀플이 시작된다.
간단한 호구조사 및 오늘 이곳에 온 이유 등등..
그냥 물어본다.
아, 참고로 여성들의 외모를 보자면... 몸매는 훌륭했으나 얼굴은..
뭐 그다지 이쁜 얼굴은 아니었다.
친구녀석은 나를 위한답시고 그 중에 더 나은 여성을 내 팟으로 삼아준다.
대화가 시작된다.
내팟: 저희한테 왜 말 걸었어요?(지금 포싱을 나한테 쓰냐..)
나: 그거 쟤한테 물어보세요. 지가 혼자 그냥 가든데요?
친구: 아 내 친구가 그 쪽 마음에 든다고 자기 어떠냐고 물어봐보라고 해서요 하하
(참고로, 나는 내 친구놈에게 쟤한테 가서 나 어떠냐고 물어봐라 한적 없다.)
어프로치를 그렇게 했댄다. 미칠 노릇이다.
오늘 이 또라이의 어프로치 멘트는?
"저기요. 저기 혼자 앉아있는 놈 보이시죠? 제 친군데요~ 제 친구가 그쪽한테 자기 어떠냐고
한번 물어보라는데요?"
이게 어프로치 멘트였단다.
잘했다 이색꺄...
오늘의 목적은 팀킬을 하지 않는것에만 집중해야 할 것 같았다.
내 친구와 친구 팟은 참 잼나게도 논다.
그도 그럴 것이...나는 내 팟과 한마디 이야기도 안하고 짠~ 이거나 하면서 술을 먹고 있으니..
내팟: 오빠. 무슨 기분 나쁜일 있으세요? 아니면 인상이 원래 그리 차가우신가..?
나: 아니야. 그냥 오늘 좀 피곤해서 그래.
내팟: 그럼 저 그냥 말하지 말고 조용히 있을께요. 알겠죠?
나: 너 남자 꼬실줄 모르지?
내팟: 네?
나: 너 남자 꼬실줄 모르자나 그치.
내팟: 오빠는 여자 잘 꼬셔요?
나: 응. 잘 꼬셔.
내팟: 못꼬실거같은데요? 이미지도 차갑고, 말도 없고..
나: 이미지가 차가운 이유는 특별히 내가 따뜻하게 해야 할 이유가 없어서이고,
말 없는거는 지금은 사람들하고 말을 섞기 보다는 파도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재밌게는 못해줘도, 심심하지는 않게 해줄테니.
내팟: 와..아니 오빠 파도소리 다 들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유 없는데요?
나: 나도 너 잼있게 해주고, 따뜻하게 해줄 이유 없는데 니가 그러니까 생각을 고쳐 먹었잖아.
내팟: 와..갖다 붙이는거봐 ㅋㅋ
필레를 기술하다 보니 내 팟과 나의 진정한 대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것 같다.
보이는가? 이 프레임 싸움이? 나도 모르게 시작된 프레임 싸움.
강한 프레임의 기본 조건. 바라지 않고, 원하지 않으며, 갈구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시점에서의 내 진정한 고민은 무엇이었겠는가?
'어떡게 하면 내팟을 즐겁게 해주지?' 가 아니라,
'왜 지금 내가 얘를 즐겁게 해줘야 하는거지?' 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팀플중이지 않은가.
친구놈이 게임제안을 해서 자리를 바꿔 준다.
그래. 열심히 해보자. 이왕 이렇게 게임상황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나 혼자서 지금 이 상황을 모면 하는 것은 내 친구의 의리에 대한 보답이 아니다.
시작하자.
고급, 중급 포싱을 면전에 대고 시전한다.
참..이날 따라 정말 게임을 뛰기 싫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내가봐도 그날 나의 흘리기 하나는 일품이었다.
내팟: 원래 오늘 우리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 두명하고 오기로 했는데
안내켜서 그냥 우리 끼리 온거야. 그러다가 여기서 오빠들 만난거고~
나: 파도소리 좋다..
내팟: 나 요새 하는일이 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
나: 저기 강아지 봐. 귀엽다 그치.
뭐, 이런 식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는 사실, 딱히 갈곳도 없었다.
4명이서 어딜가나? 조개구이 집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바닷길 끊겨서 집에 가지도 못한다.
우리가 갈곳이라고는 잡아놓은 펜션 뿐이었다.
그녀들도 펜션을 잡아 놓았다고 했다.
나: 가자.
내팟: 어딜?
나: 화장실.
내팟: 왜 오빠랑 내가 화장실 가야해? 이상한 짓 할라고?
나: ........무서워서 그래................혼자가기.....................
팟이 따라가 준다.
이거 도대체 게임이 어떡게 흘러가는 건가.
내 슈페리얼 어디갔나.
큰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나는 팀킬을 하지 않기 위해 슬슬
슈페리얼 이분법과 나만의 스토리 텔링으로 단계 구분없이
우선 그녀와 라포를 쌓는 것에 집중을 했다.
그리고, 손을 잡고 우리는 편의점을 향해서 간다.
뭐, 사실 딱히 살것도 없었다.
근데 딱히 갈데가 없었으니, 편의점으로 간다.
가서 진짜 아까운거...커피를 한잔씩 먹는다.
내 친구와 친구팟은 뭐 아까부터 잘 지내고 있으니 염려 할것도 없다.
그냥 펜션으로 갈까? 하다가 술을 좀더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친구와 친구팟이 있는 조갯집으로 향한다.
나: 가자.
내팟: 그래 이제 가서 자야지.
나: 어디갈거야?
내팟: 우리 펜션 잡아놓은데로 가야지~
나: 그럼 나는?
내팟: 오빠는 오빠펜션으로..
나: 그럼 나 델다줘. 오늘 여기 사람없어서 위험해. 요새 시대가 워낙 흉흉하잖아.
내팟: ㅡㅡ 오빠가 나 델다줘야지!!!
나: 그런게 어딨어. 이상한 편견 갖고 있네. 어서 우리 델다줘.
그렇게 역할변경을 하고 그녀들은 우리를 데려다 준다는 명목으로 우리 펜션으로 간다.
가면서 편의점에 들른다.
술을 많이 산다. 이것저것 안주도산다. 자기들 펜션에 그렇게 간다던 그녀들은 옆에서 가만히 있는다.
참...속보이는 것들.....
그렇게 우리 펜션에 와서 술을 마시고..쪼개져야 할 상황이 온다.
여기서 약간 문제가 생겼다.
누군가는 팟들이 잡은 펜션으로 가야 하는데...너무 멀었다.
여기서 내 친구녀석과 나의 프레임싸움이 시작된다.
내가 어프로치 하지 않았느냐...사실 니가 오늘 한게 뭐냐...
내가 널위해 얼마나 오늘 애썼는지 모르냐....등등..............
그래 잘났다 이색꺄.
편의점 간다는 명목으로 내 팟을 데리고 나온다.
편의점 가는 게 아니란거 당연히 알겠지.
그냥 솔직히 이야기 하고 시원하게 한다바리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명분을 원하는 그녀들...
그렇게 팟이 잡아놓은 펜션에서 같이 샤워를 한 후 F클로즈에 성공한다.
이날 처럼 쉬운 F클로즈가 있었나?
내 팟과 한다바리 후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지금 여기 왜 같이 있는거야 근데?"
"그러게 말이다..처질 홈런은 안칠라 그래도 그냥 처지는 모양이다..."
BSP, BSQ, DDA 등등 이러한 시전은 게임 도중 중간중간 시전하였지만,
상황이 좀 특이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낱낱이 공개가 될 우려가 있기에
기술하지 않음을 양해바란다.
성공요인.
난원하지 않는다라는 마음이 진심으로 든 순간 나의 프레임의 뿌리는 깊었다.
고쳐야 할 요인.
좀 더 적극적으로 게임에 임해야 겠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HB를 위해.
참고로, 인증샷은
소지로가 갖고 있다. 소지로가 달래서 줬다. 난 올릴줄을 모른다.